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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편린

190215|올해 첫 일기

편-린 2019.02.16 06:28

190215|올해 첫 일기




# 1


넷플릭스 영드 아웃랜더에서 빠져 헤어 나오지 못 했던 작년 12월, 별다른 영화나 책을 읽지 않으며 그 핑계 삼아 먼데이 다이어리도 쓰지 않았다. 

사실 핑계라기 보단 이 빌어먹을 성격 탓 이겠지만. 그냥 우울했던 어느 월요일에 '지난 주에 느낀 감정이고 영화고 문장이고 사진이고 다 무슨소용이야.'라며 그만둔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시금 스물 스물 그 때를 후회하는 감정들이 올라올 때 '꾸준히 할 걸 그랬나' 싶다가 다시 '그냥 나는 쓰고 싶을 때 쓰는게 맞는 것 같아' 라고 마음을 다 잡았고 바로 그 '쓰고 싶을 때'가 바로 오늘이 된 것이다. 2019년 1월 1일도 아닌, 그렇다고 1월도 아니고 2월 초도 아닌 2월 중순에. 뭐 브이로그를 시작한게 가장 큰 계기이기도 하겠지만 2월 중순에 시작했다는게 조금 한심하기도 하다. 왜 생각만하고 실천을 못하냐고 왜.


나는 그대로 -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쉽게 흔들리고 쉽게 무너지고 쉽게 다시 일어서는 그런 나. 맞아 나는 쉬운사람이야.

드라마, 뉴스, 예능을 보면서 펑펑 우는 나를 보며 오빠가 '너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것 같아.'라면서 나쁘게 말하면 줏대가 없다고 했다.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30대가 되어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눈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근데 나는 슬퍼도 기뻐도 눈물부터 나는게 나는 좋아. 참지 않고 그냥 느낀 그 감정들을 솔직히 뱉어 내는게 정말 좋아.




# 2


12월에 내린 벨기에의 첫눈은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로 진눈깨비에 금방 녹아버린 눈이었고, 1월에 두 번 - 정말 두번 눈이 내렸다.

벨기에에 산이 없는 것도 음식이 맛 없는 것도 다 (억지로) 이해하겠는데 겨울에 눈이 안내리면 어쩌자는거야. 나는 겨울덕후인데..

겨우내 눈보다는 비가 내리고 일주일, 이주 내내 흐렸던 것만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해. 2월 중순이 되어서야 해가 좀 나기 시작하는 루벤.


비를 좋아하고 흐린 날씨를 좋아했던 나인데, 햇빛을 기다리는 나라니.

어쩌면 변하기도 한건가 - 벨기에 위주의, 벨기에에 존재하는 나는.





# 3


12월 말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한국에 가고싶다는 말을 달고 살고있다.

사실 내가 뱉는 '한국에 가고싶어'라는 말들이 오빠를 힘들게 하는 말이고 또 짐이 되는지 알면서도, 툭툭 튀어나오는 감정들을 어찌 할 수가 없다..

'그래도 오빠는 한국에 다녀와봐서 한국에 갔을때 루벤이 그리운 그 감정들을 알잖아.'라며

'나는 아직 그 감정을 몰라서 한국에 너무 가고싶어.' 라며 모순이 모순을 만드는 것 같은 말을, 내가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을 판단하고는 한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한국에 가고싶어.

보고싶은 사람들도 보고싶고 만지고 싶고

먹고싶은 것도 실컷 먹고 그리웠던 한국의 산에도 가고싶어.


근데 이 곳에 오빠를 두고 한국에 가기도 싫고 오빠없이 한국에도 갈 수 없어.

나도 알아. 알아 아는데.




# 4


루벤에 온지 1년이 되어서야 나는 '꾸준히'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무언가를 시작했다. 아직 '꾸준히'라고 하기에 그 기준이 애매한 것 같지만.

영어와 역사공부를 시작했다. 영어는 영어인데(?), 역사공부가 정말 너무 재미있다.

학창시절에 놀기만 해서 20대가 되어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고 늘 '한국사'를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루벤에 오고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면서 한국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자 했고 드디어 시작을 했달까.

그렇게 시작한 역사공부는 너무나도 재밌고 신기해서(?) 앞으로가 더욱 더 기대가 된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공부를 하고나서 저녁에 오빠가 오면 공부 했던 것들을 오빠에게 풀어내며 영어는 오빠가 더해주고

역사 이야기를 오빠와 한참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제발 꾸준히 이 날들이 지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운동도 꾸준히 하고있다.


루벤에 온지 1년이 되어서야 무언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년이 되어서야.

흘러 지나간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닌데 -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니까.

너무 소중하니까. 소중히 대하고 소중하게 흘러 보내야지.



굳이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끼지 않더라도

아무일 없이 흘러가는 삶을 감사히 느끼는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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