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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사진

2015, 제주필름

편-린 2017.11.15 21:22

2016, 제주필름

pentax mx, fujifilm c-200

2015-07-08~16





2016년 7월 31일 일요일


새벽 3시쯤 잠에 들어 10시 반 쯤 눈을 떴을까. 정말 오랜만의 늦잠이었지만 노곤함은 여전했다.

11시쯤 울렸던 폭염주의보 안내문자를 보고나니 더 침대를 떠나고 싶지 않았달까.


그렇게 빈둥빈둥 침대 위를 굴러다니다가 동생이 집에 들어오는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밥먹었어? 뭐할거야? 이건뭐야?"라며 대답을 할 겨를도 없이 이것 저것 물어보는 누나가 귀찮은건지

"아 잘거야 나가" 라는 말에 토라진 척 방문을 나서려고 하니 "삐진척하지마, 밖에 피자 있어 먹어."란다.


무슨 피자일까 궁금한 마음에 살짝 들추어보니 대충 먹을만 할 것 같다. 피자 한조각을 떼어내 손에 들고 TV를 켰다.

삼시세끼 고창편이 한참이다. 가지를 볶고, 조개탕을 끓이고, 조개무침을 무친다. 그런데 이상하게 먹고 싶지가 않네. 맙소사. 내가.


최근 몇일 다이어트 한답시고 소식을 했는데 그래서인지 정말 먹는 양이 줄기는 한 것 같다. 물론 입맛이 없는 건 더위탓도 있을테고.

삼시세끼가 끝나서 뭐 볼거 없을까 한참을 채널을 돌리는데 언니쓰가 하길래 한번쯤 보고 싶었던 터라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제시가 서프라이즈로 오랜만에 아빠를 만나게 되어 눈물바다가 되는 장면이 나왔다. 물론 나도 울었다. 에이씨..

예전같았으면 계속 보았을텐데, 뭐랄까. 무더운 여름 한 낮에 눈물을 흘리는 것이 싫다고 해야하나. 어찌됬든 다시 채널을 다시 돌렸다.

한참을 채널을 돌리는데 엑스맨 데이브 오브 퓨처 패스트가 한창이다. 놓칠 수 없지.


그렇게 잘생긴 제임스맥어보이를 바라보며 멍 때리고 TV를 보고 있는데 동생이 잠에서 깨어 난 듯한 신호?소리가 들려 다시 쳐들어갔다.

이번에는 "어디 나가? 몇시에? 어디로? 배는 안고파?"라는 누나의 정신없는 질문세례에 "응. 5시. 동대문. 안고파."라며 침착하게 하나 하나 대답을 해준다.

"아..누나 입맛이 없어. 같이 동네에서 커피랑 샌드위치 먹자고 하려 했는데-" 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으니 "그럼 지금 빨리 준비해서 나가자."라는 동생.


동생과 함께 나갈 채비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준비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인지 동생과 커피를 먹을 시간이 없다.

동대문에 5시까지 가야한다는데 벌써 3시 반이 훨씬 넘어 있었다. 동네에서 간단히 먹으려 했는데.. 

숨막히는 뜨거움에 동대문까지 가는 동생이 안쓰러워 그냥 서현역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누나 샌드위치 못먹을 것 같은데."라는 말에 "괜찮아, 집에 가서 먹지 뭐"라고 대답한 후

서현역에서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동생 손에 쥐어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 동생과 나눈 대화와 머릿속의 생각들을 집에 오면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나 오늘 종로에서 술약속 있는데! 술만 아니면 동대문까지 데려다주고 누나도 종로 갈텐데 힝 아쉽따"

"왜 귀여운척 해. 술 좀 작작 드세요."

"아~~왕치사 누나가 너 말고 누구한테 애교를 부려? 좀 받아주라!"

"응 누나 그거 아니야"


아놔 짜식.. 일주일 전 쯤 맥주를 왕창 먹고 뻗어서 잔적이 있었는데 일어나보니 머리맡에 쪽지가 하나 놓여져있었다.

'으휴~ 술냄세!' 라고 적혀있는 쪽지를 보고 빵 터져서 '세'에 엑스표시를 하고 '새'로 정정해서 자고 있던 동생 머리맡에 다시 쪽지를 두고 출근을 했더랬다.

그날 밤 동생은 수줍게 웃으며 급하게 적은거라며, 맥주 한 캔 이상 먹을때마다 5천원을 주기로 했으니 빨리 만 오천원을 내놓으란다.

"아 그 약속 이제 파토야 파토, 나가리!"라고 말하고 상당 2만 오천원짜리의 핸드폰케이스 쇼핑몰 URL을 받았다. 똑똑한 자식.


그래서, 내가 오늘 내린 결론? 아닌 생각인데. 동생의 잔소리가 좋아 맥주를 먹는다 나는.

다이어트는 하고 싶고 맥주도 먹고 싶어 저녁은 샐러드와 맥주로 먹는다 나는.

이런걸 자기합리화라고 하는건가..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됬네- 나도 이제 나가야지. 맥주 먹으러.

동생과 서로 늦게까지 약속이 있으니 12시쯤 서현역에 만나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기로 했다. 빨리 보고싶넹 내 덩생. 내 부라더.





















꽤 오랫동안 남아있을 잔향.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토록 뜨거운 순간을,

언제쯤 다시 마주 할 수 있을까..

150728​








모든 사진은 pentax mx로 찍은 사진이며,

이 후 아래 모든 글은 김영갑 사진​작가님의 글입니다.​








삶에 지치고 여유 없는 일상에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서 와서 느끼라고,

 

이제까지의 모든 삿된 욕망과

​껍데기뿐인 허울은 벗어던지라고,

두 눈 크게 뜨지 않으면 놓쳐버릴

​삽시간의 환상에 빠져보라고 손짓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주의 진정성을,

​제주의 진짜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넉넉한 마음입니다.

 

그것이면 족합니다.































온종일 누워만 지내기에는 하루가 너무 길다.

사진을 찍을 수 없는 하루는 너무 더디 간다.

침대에 누워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기적을 소망하는 것뿐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세월을 들추며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 나의 일이다

슬픔이 밀려온다. 무기력해진 모습에 우울해진다. 침대에 누워 우울해해도 하루는 간다.

무언가에 몰입할 수 없는 하루는 슬프다. 이 것은 내가 생각했던 삶이 아니다.

나에게 허락된 하루를 절망 속에서 허무하게 떠나보낼 수는 없다.

 

쓰러지는 그날까지 하루를 희망으로 채워가자.

내일이 불안하다고 오늘마저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긴장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하루하루를 희망과 설렘으로 살아가자.

또 다시 오늘이 시작되면 새로운 하루에 몰입하는 것이다.

갤러리를 완성하겠다는 욕심을 버렸다.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는 옛말 때문이 아니라 내 몸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내일을 생각하면 포기하고 싶었지만 오늘을 생각하면 다시금 용기가 솟구쳤다.

겨울이 되자 갤러리의 윤곽이 드러났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내 꿈이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봄이 되면서 공사에도 탄력이 붙었다.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만 매달려 몸이 아프다는 사실조차 잊고 지냈다.

한결같이 만류하던 지인들이 어이없어했다. 귀신에 홀린 사람 같다고 혀를 찼다.

그럴수록 나는 갤러리를 꾸미는 일에 더 매달렸다.


























이제 끼니를 걱정하지 않는다. 필름값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형편이 좋아졌다.

그런데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없다. 병이 깊어지면서 삼 년째 사진을 찍지 못하고 있다.


끼니 걱정 필름 걱정에 우울해 하던 그때를, 지금은 다만 그리워할 뿐이다. 

온종일 들녁을 헤매다니고 새벽까지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던 춥고 배고팠던 그때가 간절하게 그립다.

그때는 몰랐었다.


파랑새를 품안에 끌어안고도, 나는 파랑새를 찾아 세상을 떠돌았다.


































아름다움은 어디에도 존재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름다운 곳을 찾아 해외로 나간다고 아우성이다.


물론 경치가 빼어난 곳을 찾아가면 좋은 사진을 찍게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어떤 바다나 강에도 큰 고기는 있기 마련이다.


운이 좋아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운은 사진가 스스로 준비해서 맞이하는 것이다.

 












































시작이 혼자였으니 끝도 혼자다.

 

울음으로 시작된 세상, 웃음으로 끝내기 위해 하나에 몰입했다.

 

흙으로 돌아가, 나무가 되고 풀이 되어 꽃 피우고 열매 맺기를 소망했다.

 

대지의 흙은 아름다운 세상을 더 눈부시게 만드는 생명의 기운이다. 






















































나는 분명히 딴 짓을 하고 있었다.

제주도는 자고 나면 변했다. 중산간 초원에 새 길이 뚫리면 전봇대가 세워지고 건물이 들어섰다.

동서남북, 바닷가든 중산간이든 할 것 없이 구석구석 개발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나는 한눈팔며 희희낙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쟁터를 누비를 병사처럼 잠시라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

​처음에 그랬듯이 외로워지자. 외로워야 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다.

제주 땅에 발을 내리고 사진 작업을 막 시작하던 때의 그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작할 때의 겸손함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한번 풀어진 마음을 추스리기가 쉽지 않았다.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온갖 상념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긴장을 풀었던 것이 잘못이었다.



















중산간 광활한 초원에는 눈을 흐리게 하는 색깔이 없다. 귀를 멀게 하는 난잡한 소리도 없다.

코를 막히게 하는 역겨운 냄새도 없다. 입맛을 상하게 하는 잡다한 맛도 없다.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그 어떤 것도 없다. 나는 그런 중산간 초원과 오름을 사랑한다. …

​눈에 보이지 않으나 분명히 존재하는 영원한 것을 이 곳에서 깨달으려 한다.

말할 수 없으나 느낄 수 있고, 보이지 않으나 느낄 수 있는, 사람을 황홀하게 하는 신비로움을 찾으려 한다.

자연 속에 묻혀 지내며 마음을 씻고 닦아 모두를 사랑하려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영원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느끼고 확인하고 싶다.

…하늘도, 바다도, 오름도, 초원도 없어진다. 대지의 호흡을 느낀다. 풀꽃 향기에 가슴이 뛴다.

안개의 촉감을 느끼다 보면 숨이 가빠온다. 살아 있다는 기쁨에 감사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도, 끼니 걱정도 사라진다. 곰팡이 피어가는 필름 생각도, 홀로 지내는 외로움도 잊는다.

촉촉이 내 몸 속으로 안개가 녹아내린다. 숨이 꽉꽉 막히는 흥분에 가쁜 숨을 몰아쉰다.

자연에 묻혀 지내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이 기쁨, 그래서 나는 자연을 떠나지 못한다.






































































































나는 심술궂은 바람을 좋아한다.

바람은 멀리서 씨앗들을 한 움큼씩 가져와 내게 잘 보이려 아양을 떤다.

나는 그 바람을 품에 안고 사시사철 함께 중산간 초원을 떠돈다.

제주도 사람 누구나 알고 있는 제주도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꼭꼭 숨어 있는 속살을 엿보려면 온몸으로 바람을 느끼고 이해해야 한다.

바람을 이해하지 않고는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만 보고 느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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