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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마카오 자유여행 - part 3

|꽤 오래 된 2012년 6월 말의 휴가 이야기

|Nikon d7000




셋째 날 아침. 어제와 다를 바 없이 7시쯤 일어나 조식을 먹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갔다. 접시에 빵과 과일을 담고 자리에 앉아 먹으면서 오늘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4살쯤 되보이는 남자아이가 우릴 힐끗 쳐다본다. 인사를 해주었더니 "누~나"라고 방긋 웃으면서 말한다. 얼마나 귀엽던지. 저렇게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따라 홍콩으로 여행을 온 것을 저 아이는 나중에 기억이나 할까? 얼마 전, 엄마가 8살짜리 아들과 아프리카로 떠난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책을 읽었었는데 이런 내용이 있었다. 엄마가 인터뷰를 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는데 바로 "그렇게 어린 나이에 여행을 하면 나중에 기억이 나지 않을텐데요?"라는 질문이었다. 엄마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리고 먼 훗날 나도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중요한 건 기억이 아니라 태도에요. 자신을 열어야 할 순간에 열어버리는 것, 그래보는 것, 그럼으로써 열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그 것이 중요하지요. 오늘 머문 이 곳의 지명과 이곳에 있던 아름다운 성곽 따위는 잊어도 좋아요. 그러나 오늘 열어본 경험은 '태도'가 되어 퇴적층처럼 쌓일 겁니다. 그 태도는 앞으로 아이가 살아가면서 '지금 이 것이 삶이다'라고 느끼는 순간 질질 끌지 않고, 미뤄두지 않고, 자신을 통째로 던져 '확 살아버릴'줄 알겠죠. 그러한 경험없이 성인이 되면 반쯤 죽은듯이 살게 됩니다. 일상의 노예가 되지요. 저는 생명으로 자식을 이 세상에 데려왔으니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부모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쿠나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오소희)















셋째 날은 관미가이드와 함께 하는 날이다. 하버시티 앞에서 버스를 타야한다고 해서 하버시티로 향했다. 처음으로 향할 곳은 스탠리. 산뜻한 멋이 흐르는 고급 주택가와 낡은 재래시장이 묘한 대조를 이루는 홍콩 섬 남부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하버시티 앞에서 버스를 20분쯤 기다렸다. 역시나 덥다.






버스를 타고 스탠리까지는 1시간 15분정도 소요됬다. 센트럴이나 코즈웨이베이에서 다른 버스를 타면 바로 스탠리로 향하지만 우리가 침사추이에서 탄 973번 버스는 홍콩 섬을 빙 돌아가는 버스였다. 하지만 1시간 15분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버스는 홍콩 섬의 굽이굽이한 길을 지나 고급 주택가와 바다가 어우려져 있는 길을 거침없이 달리고 있었고, 우리는 창 밖의 풍경에 빠져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누가 홍콩에 가면 높은 건물들이 많아 하늘을 볼 수 없을거라고 말했었는데, 스탠리로 향하는 길에 높은 건물은 손에 꼽을 정도로 없었다.








스탠리에 도착하자 마자 향한 곳은 유럽식 레스토랑 THE BOAT HOUSE. 인테리어가 예쁜 곳이었다. 1층에서는 거리 모습, 2층에서는 바닷가 풍경을 즐길 수 있었고 우리는 2층에 자리를 잡았다. 자주 접할 수 있는 메뉴가 많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음식을 고를 수 있어 좋았다.




















분위기나 음식 맛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2층에 자리를 잡고 보니 대부분 관광객들이 한국 관광객이었고 모두 같은 책을 들고 있었다. 물론 우리도 같은 책을 들고 있었지만.. 우리가 다녀온 대부분의 음식점들은 홍콩을 여행하면서 들고 다니던 책자에 모두 소개되어 있는 맛집이었다. 책자를 들고 다니면서 책자에 소개된 맛집에 가보는 것도 즐거운 여행일수도 있겠지만, 남들이 가보지 않은 새로운 맛 집을 찾아보는 것도 여행의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 싶다. 나는 아마 이 여행이 아니었다면 이런 생각들을 하지 못했을테고, 다음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로 책자를 들고 책자에 소개되어있는 맛집을 찾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점심을 먹고 스탠리 마켓으로 향했다. 스탠리 마켓은 서울의 남대문 시장을 연상시키는 전형적인 재래시장이다. 규모는 작으며 '짝퉁천국'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좁은 골목 양쪽에 의류·전통의상·신발·가방·기념품등 여러가지 상품을 파는 상점 160여 개가 줄줄이 들어서 있다. 아담하고 이쁜 디자인들의 물건이 많아 사고 싶은 욕구가 마구 솟구쳤지만 질은 그다지 좋아보이지 못해 쉽게 구매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첫째 날 갔던 몽콕의 레이디스마켓보다는 훨~씬 분위기도 좋고 물건도 더 좋아보였다. 미소랑 관미가 레이디스마켓에서 산 젓가락 세트는 선물하기도 전에 부러져 선물할 수 없었지만 내가 스탠리에서 산 젓가락세트는 비슷한 가격인데도 불구하고 튼튼하고 디자인도 예뻤다. 훗훗. 그리고 Jenny Bakery라는 쿠키 전문점에 들러 선물용으로 쿠키를 샀었는데 정말 맛있게 먹었다. 두 박스만 구매한게 후회가 될 정도로!


















다음 일정이 있어 스탠리에는 그리 오래있지 못했다. 친구들은 스탠리가 조용하고 아늑하고 또 소박하게 쇼핑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오래있지 못 한게 아쉽다고 했다. 나도 아쉽다. 스탠리의 소박한 바닷가 풍경이 그립다.


스탠리에서 버스를 타고 센트럴로 향했다. 침사추이보다는 가까운 거리여서 30분정도 소요된 듯 싶다. 센트럴은 주요 금융기관을 비롯해 세계적 명성의 기업이 줄줄이 포진해 있는 비즈니스의 중심지이며 초현대식 고층 빌딩 아래에 19세기 홍콩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소풍스러운 건물이 점점이 위치해 영국 식민시대의 향취를 맛볼 수 있는 것도 독특한 매력이라고 한다. 우리는 800m라는 길이를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에스털레이터인 힐사이드에스컬레이터를 타고 SOHO로 향했다. 홍콩의 대표적인 유흥가이자 식당가인 소호에는 여러가지 볼거리가 많았고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의 바와 카페도 많고 의류전문점도 많았다. 우리는 하나도 빠짐없이 돌아다니고 싶었지만, 덥기도 하고 앉아서 쉬고싶어서 스타벅스로 향했다. 스타벅스는 홍콩에서 자주 볼 수 있었고, 역시 전 날 마카오 까페에나타에서 먹은 커피 맛과는 차원이 다르게 맛있었다!


























스타벅스에서 나와 향한 곳은 홍콩에서 두번째로 높은 건물이라는 IFC(International Finance Centre). 빅토리아 피크에 올랐을때도, 침사추이에서도, 우리가 묶었던 호텔방에서도 가장 눈에 띄던 건물이었다. 높이는 420m이며, 세계에서 8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IFC의 3층과 4층에는 센트럴이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전망대가 있는데, 특히 스타페리 선착장과 어우러진 침사추이의 근사항 야경이 펼처지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건물이 워낙 넓어서 그런지 4층 전망대를 찾는데 한참이나 걸렸다. 문을 열고 전망대로 나오는 순간 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하마터면 날라갈뻔 했다. (..?..)












































우리는 건물 안에 있는 일본 음식 전문점에서 밥을 먹고, 스타페이 선착장으로 향했다. 홍콩에서의 마지막 일몰과 야경은 침사추이로 향하는 배 안에서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져 버릴 것 같은 하늘.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해가 질 것만 같아 스타페리 선착장을 향해 뛰었다. 홍콩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까우롱반도와 홍콩 섬의 두 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양쪽을 연결하는 MTR·버스 노선이 운행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이용하는 교통편은 스타페리라고 한다. 1888년 운항을 시작한 스타페리는 까우롱 반도와 홍콩섬을 연결하는 침사추이-센트럴, 침사추이-완짜이의 2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MTR에 비해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요금이 싸고 바다 위에서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특히 선상에서 바라보는 100만불짜리 야경이 매력포인트라고 한다. 우리는 바로 그 매력포인트를 보기 위해 스타페리 선착장을 향해 뛰었고, 때마침 바로 출발하는 배를 탈 수 있었다. 옥토퍼스 카드가 있으니 표를 끊을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정말 편리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홍콩의 야경은 정말 최고다. 스타페리를 타고 센트럴에서 침사추이까지는 약 6분정도 소요된다. 마음같아선 침사추이에서 다시 스타페리를 타고 센트럴로 가고 싶을정도로 선상에서 바라보는 홍콩의 야경은 정말 최고였다. 그 짧은 시간에 사진도 열심히 찍고, 홍콩의 마지막 야경을 우리는 마음껏 느끼고 또 느꼈다.























침사추이의 스타페리 선착장은 처음 차이나홍콩시티페리터미널에 갈 때 잘못 왔던 곳. 그리고 바로 하버시티 입구가 있는 곳 앞에 있었다. 우리는 호텔 바로 옆에 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가지 못했던 하버시티로 들어갔다. 700여 개의 숍이 입점해있는 매머드급의 쇼핑센터. 우리는 이미 지칠대로 지쳤기 때문에 한 층만 간단하게 보기로 했다. 마침 동생이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이 발매된지 별로 되지 않았었고, 하버시티에 U.S.Pressing CD가 있어 구매할 수가 있었다. 한 층을 돌아다니는데도 얼마나 넓은지 발바닥에 불이 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호텔에 가기는 너무 아쉬워서 우리는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고야 말았다. 롼콰이펑으로. 홍대 앞 분위기를 풍기는 홍콩 최고의 유흥가인 롼콰이펑은 퍼브·클럽·레스토랑이 가득 찬 곳이다. 비가 많이 내려 오래있지는 못 했지만 롼콰이펑 거리에서 들리던 음악소리도, 젊은 이들의 외침도, 우리에게 큰 웃음을 선사해준 내경이도, 잊을 수가 없다. 홍콩에서의 마지막 밤.




다음 날, 아니 마지막 날. 조식은 질려서 먹을 마음이 없었고 그 핑계로 늦게 일어났다. 우리는 4일 내내 널브러져 있던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버스를 타고 홍콩국제공항으로 향하는 길에는 설레임이 아니라 아쉬움이 맴돌았다. 너츠포드테라스에 다시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나, 베네치안호텔 그리고 스탠리에 오래 머물러 있지 못한 아쉬움. 또 야경도 더 만끽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빅버스투어도 해 볼걸. 하지만 너츠포드테라스에 다시 갔거나, 베네치안호텔과 스탠리에 좀 더 머물러 있었거나, 야경을 질릴정도로 봤었어도 이 아쉬움은 그대로였을 것이다. 여행은 막을 내렸고 그 시간들은 무자비하게 과거로 흘러들어가고 있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채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나는 내 기억 속에 추억들이 차곡차곡 채워지는 것이 너무 좋지만 위에서 아들과 함께 떠난 엄마가 말했듯이 중요한 건 기억이 아니다. 여행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것. 여행을 통해 명료해지는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서 마침내 내 삶이 변하게 되는 것.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다. '지금 이 것이 삶이다'라고 느끼는 순간을 위해 나는 또 다음 여행을 계획할 것이다. 







댓글
  • 악의곰 멋진홍콩사진 잘봤습니다. 2018.08.18 17:01 신고
  • 프로필사진 편-린 감사합니다! 2018.09.04 21:38 신고
  • 저스티노 내일 홍콩 가는데 좋은 참고가 될듯해요
    1,2,3편 다 봤는데요 글을 참 맛갈나게 잘 쓰세요~^^
    그 어머니의 여행을 대하는 태도가 참 좋네요~^^
    2018.08.28 22:54 신고
  • 프로필사진 편-린 꽤 오래 된 이야기인데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네요. 즐거운 여행이 되셨기를 : ) 2018.09.04 21: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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