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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사진

나의 소회(素懷)

편-린 2018.03.06 18:04

|나의 소회(素懷)






# 1


'혼자만의 시간이 갖고 싶다'고 그토록 바랬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지금 나에게 무수히 열려있다. 이 전에는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나의 몸은 지금 철저히 외부와 단절 된 삶을 살고 있다. 그리운 것이 많으나, 그건 늘 그랬다.

이 전의 삶도, 지금의 삶도 나는 늘 그리움과 함께였으니까. 그런데 조금 달라진게 있는것 같기도 하다.

이 전의 삶에서는 그리움에 속박당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리움에게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느낌이 든다.

30대가 되어 그런 것일까, 아니면 옆에 오빠가 있어서일까. 


이 곳에서의 나는 지난 날들의 나와는 다르게, 정말 나답지 않게 천천히 느릿느릿 살고 있다.

급할 이유도, 필요도 없어 빨리 달려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가끔은 이 시간들이 지루하게 느껴질지언정 소중하게 보내고 싶다. 



# 2


느닷없이 아빠가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 느닷없이가 아니려나.

안그래도 핸드폰으로 사진 보고 있었다는 아빠가 '보고싶네' 라는 말을 툭 던졌다.

아빠에게서 쉽게 들을 수 없는 문장임을 알기에 가슴속 깊이 깊이 저장해두었다.

그 따듯한 말이 나의 삶의 큰 자양분이 되어 나를 살아가게 할테니까.



# 3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엽 갑는 새1'을 읽고 있다.

가져온 책이 얼마 없어 천천히 아껴 읽는다는게 벌써 반권이나 읽어버렸다. (심지어 2,3편도없다)

작년에 읽었던 '노르웨이 숲'보다 더 흥미롭게 읽혀지고 있는데 그의 글은 뭐랄까.

그래, 소설 속 빈집 안에 있는 그 말라버린 우물. 그 우물 끝의 어둠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 4


네이버 블로그에 썼었던 나의 일기형식의 글들 모두 컴퓨터노트로 옮겼다.

하나 둘 천천히 읽어보는데 이게 진정 내가 쓴 글일까 싶을 정도로 신기한 문장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아마 맥주 잔뜩 먹고 취기 가득한 상태로 써내려간 글들이겠지.


지금보다 더 많이 읽고, 생각하고, 쓰고 싶다. 늘 하던 생각이지만 더 많이 더.

그래서 지난 유럽여행에서의 필름 사진은 이 곳에 옮기지 않았다. 긴 글과 함께 간직하려고.



# 5


무라카미 하루키는 '다시 한번 스무 살 때로 되돌아갈 수 있다 해도 귀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선다.

스무 살은- 그때는 그때대로 즐거웠지만- 인생에 한 번이면 족하지 않을까 하는 기분이 든다' 라고 했다.


이 전의 나는 무척이나 지난 20대의 젊은 날들로 돌아가고 싶다고 자주 생각하고는 했는데,

지금의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에 적지 않은 동의를 한다. 그리움에게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것이다.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으니 그리운 건 어쩔 수 없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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